문장수 논설실장(공학박사, 기술사)
미국의 34대 대통령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는 미국의 영웅이자 리더십의 대가로 알려지고 있다. 1915년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맥아더 장군의 연설 담당 비서가 되어 필리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 유럽 연합군 총사령관시절 뛰어난 리더십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지휘하여 프랑스 탈환과 독일 항복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젠하워는 16년 동안이나 소령계급장을 달고 복무를 했을 만큼 별 볼일 없는 군인이었고, 그의 육사성적도 그렇게 우수한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아니었다면 별 볼일 없는 영관장교로 생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아이젠하워가 연합군 총사령관으로 발탁된 사유는 평소 그가 남의 말에 열심히 귀 기울이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업무를 유연하고 매끄럽게 처리하는 업무조정능력이 탁월했다는 점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전공을 다투고 상호간의 알력이 심했던 연합군 총사령부를 다독이면서 휘하 장군들의 능력을 키워주고 격려했으며, 자신보다는 부하들의 전공을 먼저 추겨 세울 줄 아는 리더십을 보였다.
당시 연합군 총사령관인 아이젠하워가 전선으로 출전하는 장교들에게 상자 안에서 실끈을 하나씩을 내어주고 나서 “실을 당겨보라”고 했다. 장교들은 실을 당기자 팽팽해지며 끌려왔다. 이번에는 “뒤에서 밀어보라”고 했다. 장교들은 열심히 밀었지만 실은 굽혀질 뿐 밀리지 않았다.
아이젠하워는 장교 한명 한명의 눈동자를 보면서 힘주어 말했다. "리더는 밀지 않는다. 다만 당길 뿐이다. 실을 당기면 이끄는 대로 따라오지만, 밀면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부하장병을 이끄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전쟁은 말할 것도 없이 승리였다.
보스는 뒤에서 지시하는 것뿐이지만 훌륭한 리더는 앞장서서 이끄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보스는 “가라!”하고 명령만을 하지만 리더는 “가자!”하고 이끌고 가야한다고 했다. 보스는 여러 가지 문제로 겁박을 주면서 자신에 대한 복종만을 요구하지만, 리더는 부대원들에게 희망을 주며 잠재된 힘을 이끌어내도록 사소한 문제라도 기꺼이 대화하고 타협하며 소통하는 것이라 했다.
그가 보여준 일화는 오늘날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이젠하워가 어느 날 참모들과 계단에서 내려오는데 그를 알아보지 못한 한 병사가 무심코 말을 건넸다. “이봐, 담배 피우게 라이터 좀 줘!” 이 말을 들은 아이젠하워는 매우 인자한 모습으로 라이터를 꺼내더니 직접 불까지 붙여주었다. 이 모습을 본 참모들은 어쩔 줄을 몰라 쩔쩔맸다. 뒤늦게 4성 계급장을 본 병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러나 아이젠하워는 태연했다.
훌륭한 리더란 부하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저줄 줄도 아는 포용력, 화를 내지 않고 진지하게 남의 말을 경청하는 성숙함, 부하에게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조화력, 친절한 말, 소박하고 너그러운 성품이 아이젠하워 리더십의 본질일 것이다.
아이젠하워가 말하는 리더십이란 성실하고 고결한 성품 그 자체를 말한다. 리더십이란 “잘못된 것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고, 잘된 것에 대한 모든 공로는 부하에게 돌릴 줄 아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이젠하워가 불과 3년 만에 오성장군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탁월한 리더십의 능력을 보여줬는지를 말한다. 또한 “육군 20개 사단의 가치와 맞먹는다는 그의 미소와 낙관주의”는 리더가 갖춰야 할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그를 애칭 하는 아이크는 모두가 그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요즘 우리사회에 만연하는 이웃 간의 문제, 사회적 문제보다도 오로지 자기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서 살고 있는 세태를 보면서 이 시대의 혼란과 격정 속에서 정신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단비와 같은 진정한 리더십을 동경하는 것이라 생각해 본다.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계층의 조직 규모나 특성에 따라 CEO들의 경영철학도 다르고 그들의 리더십 또한 강력한 카리스마형과 조직원과 함께 하는 봉사형 등 매우 다양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자신들이 경영하는 조직과 구성원들의 발전을 위해 진정성 있는 “이웃 사랑의 마음”으로 늘 고민하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지난 8월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강론 중에서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고 하시었다. 나아가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원동력”이 되기를 빌었다.
또한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위협하는 물질주의의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부탁하셨다. 아울러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의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바라셨다. 나아가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거슬러 나가기를 빌었다.
우리는 지금 정치․경제․사회․문화에 걸쳐 혼돈과 무질서 속에 묻혀 있는 형국과 같다고들 한다. 이러한 가운데에서 이를 극복하고 정진해야할 진정한 리더십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합리화하는 동물일지 모른다”고 한다. 자신을 위해서 자기합리화를 정당화하는 것은 훌륭한 리더십이라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노자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하여 7가지를 말하고 있다. 즉 겸손하고, 깊은 마음을 가지며, 나눌 줄 알며, 믿을 수 있어야 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줄 알아야 하고 능력을 갖춰야 하며,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
이것을 요약한다면 “진정성을 가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테 22)는 계명처럼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진정한 리더십은 한마디로 자기희생을 통한 “이웃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임 베네딕도 교황 16세는 “이웃에게 눈을 감으면 하느님도 볼 수 없다”라고 하셨다.
“강요된 희생은 폭력이 되지만 받아들인 희생은 사랑”이 되는 것이다. 살다보면 잘못하지 않는 것보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때때로 더 어려울 때가 있다고들 한다. 잘못을 용서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들도 하지만, 용서하는 마음만큼이나 “용서를 청하는 마음도 용기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용서를 넘어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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