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 논설실장
(공학박사, 기술사, 수필가)
이 글은 (사)새한국문학회가 2016년 12월호 “한국문인”에 신인 수필가로 등단한 내용임을 밝힌다. 1989년에 창립하여 25년에 이르고 있는 종합문예지로서 통권 101호를 발간하게 된다.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멧돼지, 아파트단지 내 쓰레기통을 뒤지는 청설모, 서울 인근 주택가에 부족한 먹잇감 때문에 산짐승들이 자주 출몰한다. 야생동물의 먹이가 되는 도토리, 알밤, 상수리 등을 등산객들이 채취하거나 재미삼아 주어가는 바람에 다람쥐, 토끼, 청설모 등도 먹잇감이 부족하다.
다람쥐는 귀엽운 생김새 때문에 반려동물로 사람과 같이 살기도 하는 친숙한 동물이다. 1962년 4월에 일본으로 다람쥐 2,000마리를 처음 수출한 것을 계기로, 한 때 1년에 30만 마리의 다람쥐가 포획되고 수출하여 수출 효자노릇도 했다. 1마리에 1달러에서 2달러 40센트에 팔렸다.
이제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어 날씨도 싸늘하다. 이맘때가 되면 인근 산에 단풍나들이 겸 운동 삼아 밤을 따러 가기도 하고, 줍기도 한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재롱스러운 다람쥐와 맞닥트리게 된다. 먼 곳이나 가까운 곳 전국 어느 산을 가도 쉽게 눈에 띄는 것이 다람쥐이다. 다람쥐는 날다람쥐·다람쥐·하늘다람쥐를 총칭한다. 서식지는 주로 울창한 침엽수림, 활엽수림 또는 암석이 많은 곳에서 산다.
주말이면 즐겨 찾는 남한산성에 가다보면 예외 없이 다람쥐가 나를 반겨준다. 양지바른 곳에서 재롱떠는 다람쥐의 모습은 손녀애기 재롱 보는 것 같다. 다람쥐는 어디서 물고 왔는지 알밤 하나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다듬는다. 그러다가도 부스럭 소리에도 깜짝 놀라서 재빨리 굴속에 들어가 버린다. 잠시 후에 위험이 없어졌나 하고 굴 밖으로 머리를 조심히 내민다. 안심이 되면 이내 장난끼 어린 개구쟁이 마냥 코앞까지 다가와 함께 놀자고 한다. 바로 손바닥 앞까지 왔다가 살포시 미소만 남겨둔 채 용수철처럼 통통 튀면서 시야에서 멀어져 가 버린다.
다람쥐는 몸에 비해 눈이 크고 검은색이다. 귀는 짧고, 이마와 머리의 윗부분은 검붉은 갈색이다. 눈썹 위는 코끝부터 시작한 흰 줄무늬와 볼에서 귀밑까지도 흰 줄무늬가 있다. 배는 하얀색이서 너무 깜직스럽다. 도토리나 알밤을 먹을 때 두 발로 감싸 쥐고 가장 약한 부분을 찾아 돌려 가며서 갉아 먹는다.
청설모와 다람쥐는 먹이 종류가 비슷하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좋아하고, 청설모는 잣을 제일 즐겨 먹는다. 다람쥐는 주로 땅에서 생활하고, 청설모는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차이점은 다람쥐는 겨울에 겨울잠을 자지만 청설모는 겨울이 되어 눈이 쌓여도 겨울잠을 자지 않고 먹이를 찾아 돌아다닌다.
다람쥐의 먹이는 밤, 도토리, 낙화생, 잣, 참피나무, 모밀잣나무, 개암나무 등의 열매를 잘 먹는다. 옥수수·호박·오이·수박의 씨앗도 먹는다. 다람쥐와 비슷한 청설모도 다람쥐처럼 이빨이 계속 자라서 쥐나 토끼처럼 이갈이(grinding)를 한다. 산림 부근의 채소나 땅콩 밭에서는 어린 싹을 잘라먹기 때문에 피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청설모는 호두농사를 망친다. 한 두마리가 호두나무 한그루에 있는 호두를 삽시간에 다 먹어 치운다. 그래서 1마리당 2-3천원씩의 현상금까지 붙은 것이다.
가을이 되면 다람쥐들은 바삐 움직인다. 적어도 늦가을이 가기 전에 열매들을 저장하여 월동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람쥐는 도토리, 알밤을 볼 안의 주머니에 5∼8g씩 보관하여 은밀한 저장창고로 운반하는데 안성맞춤이다.
다람쥐는 땅속에 굴을 파고 보금자리를 만들며, 먹이를 모아 자기만 알 수 있는 은밀한 곳에 월동준비용 먹이를 보관한다. 다람쥐 한 마리가 도토리 등을 모아 저장하는 수량이 보통 2~3,000여개 정도이다. 그런데 이중 20%내외인 4~500여 개만 찾아 먹는다. 나머지 먹이는 그냥 고스란히 땅에 묻혀 숲의 자연생태계에 식물의 씨앗을 퍼뜨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봄이 되면 씨앗은 싹이 트고 나무로 자란다. 다람쥐가 씨앗을 여기저기로 옮겨 심어주는 격이니 자연스럽게 환경 보존에 기여를 한다.
다람쥐의 활동영역 넓이는 700평에서 13,000평 남짓하다. 그런데 수컷이 5,000평, 암컷은 1,300평이라니, 아무래도 수컷이 활동범위가 크다. 땅속 굴에는 새끼를 키우는 방, 먹이를 저장하는 방이 따로 있다. 주로 큰 나무뿌리의 구멍, 바위나 땅 틈새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가까운 곳에 두 세 개의 저장창고를 만든다. 보금자리와 먹이창고를 오가며, 체력저하를 막기 위해 잠을 자면서 낮에만 활동한다.
평균기온이 8∼10℃가 되면 겨울잠을 자기 시작하고, 바깥 기온이 높아지면 깨어나, 저장해 둔 먹이를 먹고 다시 반수면상태의 겨울잠을 잔다. 12월 중부지역 야생다람쥐의 동면기간은 12월 중반부터 3월 말경까지다. 3월 중순경 겨울잠에서 깨어난 다람쥐는 봄에 짝짓기하고, 여름철에 새끼를 낳는다. 한 배에 4~10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1년에 두 번 새끼를 친다.
인간은 자연생태계의 파괴자 노릇을 더 많이 자행해 왔다. 다람쥐가 욕심이 많아 감춰둔 먹이를 다 먹지 못한 나머지는 자연생태계를 돕는 격이다.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는 동안 먹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늦가을이면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나 인간은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사시사철 빠르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이 많다.
가을에 다람쥐가 욕심 많게 먹이를 저장하는 습성에 연유하여 “가을 다람쥐처럼 욕심만 낸다.” “다람쥐 밤 물어다 감추듯 한다.”라고도 한다. 욕심부려 게걸스럽게 잘 먹는 모양을 이르는 말로 “다람쥐 밤 까먹듯 한다.” 등의 속담이 나에게는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요즘, 재산을 은닉하여 어디에 감춰 둔지도 모르고 세상과 이별하는 경우가 종종 보도된다. 또 살아생전 다 쓰지도 만지지도 못 할만한 천문학적인 거금을 아일랜드 컴퍼니에 숨겨두거나 스위스 비밀계좌에 묻어두고 저 세상으로 찍소리도 못하고 가는 이도 많다.
다람쥐는 혹독한 겨울내기를 위해 월동준비를 한다지만, 인간의 욕심은 이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앞으로 변화나 발전 없이 제자리 걸음만 하거나, 과정을 반복하고 발전이 없을 때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다.”고 한다. 다람쥐에 얽힌 속담을 보며 “공중의 새들을 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거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아들이지 않아도 하늘이 먹여주신다.”는 말씀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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