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태 (安元泰) 박사
한국국립공원진흥회 회장
안원태 박사는 광주 서중, 광주고, 서울대문리대, 국민대대학원(경제학박사). 한국일보 기자. 한국산업개발연구원 부원장. 한국경제사회연구원 원장. 국토환경연구원 원장을 역임하였다.
나폴레옹이 대규모 다국적 병력으로 유럽을 지배하는 대 제국의 황제로 군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뛰어난 지략과 판단력 그리고 강한 집념과 결단력이 있어서다.
그러나 결정적 요인은 군사작전 역사에서 처음 등장한 참모제도의 발명이다. 원탁의 기사가 말달리던 시대를 지나, 대규모 군단의 총포전쟁 시대에서는 호령이나 깃발, 연기, 나팔소리 만으로는 작전을 수행 할 수 없게 되었다. 마차가 동원되고, 전선이 확대, 연장 되면서 대규모 병력이 먹고 자는 병참이나 정보 통신 공병 등의 종합 지휘체계가 필요했다. 요즘 말하는 C4+I의 총괄 지휘가 승리의 절대 조건임을 먼저 깨우치고는 참모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참모장에는 신임이 두터운 장군을 선임하되 그 Staff은 초일류 엘리트이면서 뚜렷한 개성과 전문 분야에 깊은 인식과 연구능력을 쌓은 위관, 영관급 장교를 임명 했다. 그들 참모에게는 특별하고 화려한 견장(肩章) 금장(襟章) 휘장(徽章)을 달게 하였다.
이들 참모의 지시는 곧 황제의 지시로 따르게 하였다. 귀족, 장군들의 개인 심부름꾼이던 부관(副官)직책을 전문화하여 참모Staff 조직에서는 보좌역할로, 일선Line에서는 참모본부와의 연락 확인 기능을 갖게 하고, 이들에게도 한눈에 알 수 있는 휘장(徽章)을 부치게 했다. 나폴레옹의 참모조직 가동이후 귀족장교의 겉치레 담당, 식재료담당 요리사 말먹이 꾼, 짐꾼에 이르기까지 지역별 부대별로 꾸려지던 전투병력 보다 많은 군식구가 간추려져서, 밥 보다 고추장이 많은 셈이던 황제의 군대 조직은 정예의 전투 부대가 되었다.
이 나폴레옹이 창안한 참모기능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첫 피해자는 유럽 대륙의 패권(覇權)을 다져가던 바로 프랑스 자신이었다. 나폴레옹의 참모기능을 발전시킨 “몰트케”장군의 독일(프로이센)은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나폴레옹3세 황제를 포로로 잡고, 파리를 점령하여 프랑스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전에 참모본부를 설치하고는 그 곳에서 프로이센에 의해 통일한 독일의 황제즉위식을 올렸다.
작전의 천제, 참모학(參謀学), 군사사학(軍事史学)의 시조로 알려지는 몰트케(Helmuth Karl Bernhard Graf von Moltke. 1800-1891)는 30년간 근속한 참모총장이 되기까지 “참모“ 기능을 군사학교의 원초적 핵심 학문으로 자리 잡게 했다.
나폴레옹의 참모기능이 황제직속의 참모본부(General Staff)나, 각 계층별 참모(Staff)의 결정을 절대적인 것으로 하여, 일선지휘관(Line)의 재량을 인정하지 않은데 비하여, ‘몰트케’는 전술명령(훈령전술-Auftragstaktik)을 채택하였다. 상부의 의도, 전투현장상황, 해결책 등에 따라 지휘재량을 주어, 오늘 미국 등의 임무명령(Mission type order)을 도입·적용함으로써, 독일이 즐겼던 전격작전을 낳기도 하였다.
‘프로이센’은 ‘비스마르크’의 실천력과 ‘몰트케’의 참모기능 활용으로 강력한 군대와 사회기구를 이루어 독일을 통일 했다. 그 후 육군 강대국들이 독일의 참모제도를 익혔으며 동양최초로 ”몰트케“의 제자 멕켈(Klemens Wilhelm Jacob Meckel.1842 –1906)소령을 초빙, 육군의 참모기구 등을 배워, ”궁정 어용군대“를 ”국민 전문군대“로 양성한 일본은 세계의 예상을 뒤집고 청·일, 로·일 전쟁에서 승리했다. 일본은 2차 대전 이후의 복구에서 산업성장을 이루기까지 주요 리더들이 이 군사교재로서의 참모학을 즐겨 원용했다. 유명한 소설 ‘불모지대’의 실제 모델도 일본육군의 유명한 참모였다.
전쟁은 “법률적으로 허용되는 살인”이라고도 한다. 사람을 죽이고 적국을 파괴하는 방법을 연구, 기획, 실행하는 참모는, “최고의 엘리트”로서 “최고의 도덕성과 문화적 감성“ “최고의 미덕인, 용기, 자기부정, 목숨을 건 의무감, 희생정신”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 ‘몰트케’의 생각이었다.
이들 참모의 기본자질과 심성이 오늘 민주사회에서는 군사작전계회에서 보다 훨씬 높고 중요한 역할로서, 국가나 사회조직의 운영에 필수 구비요건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참모의 성과가 리더의 지략, 예측능력, 결단력을 바탕으로 한 용인술에서 들어나기에, 참모기능이란 리더의 인성, 인품, 인격에 달려있다. 參謀学도 기본적으로는 사람과 事物을 보는 눈(眼目), 사람과 사물을 가늠하는 자(尺度), 사람과 사물을 부리는 틀(品格) 을 배워 익히는 것이다. 우리의 과거 속에서도 참모기능의 중요성을 많이 보아 왔다.
해방 후 대한민국 건립까지 제대로 된 참모기능을 배워 익힌 세력은 일본 통치 아래서 관료생활을 했던 사람들뿐이었다. 일본을 지독하게 미워했던 이승만 박사도 일본의 고등문관시험을 거친 엘리트들의 참모기능을 활용하고서야 통치조직을 관장할 수 있었다. 국군의 모체인 국방경비대도, 일본군 학도병과 일본 육사출신 장교들을 뼈대로 군사조직을 편성했다.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했거나 국내에서 항일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고위 각료급이나 군 지휘부에 몇 사람 앉혔지만, 그들의 참모들이 일본식 참모기능의 틀을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군사조직기능은 六‧二五 전쟁으로 국군이 미군의 지휘에 들어가면서 오늘의 참모체제가 확립 되었다.
일반 통치기구로서의 참모기능은 五⁃一六 이후, 정부에 기획관리 부서가 설치되고, 현대적 참모기능을 몸에 익혀가던 군인들이 끼어들면서 부터다. 이승만 정권의「경무대」가 몇 안 되는 비서관들로 모든 국정을 직접 기획관리 하려는 궁정정치로 失政했던 데에 비하여, 군 출신인 박정희 정권은 참모 스텝(Staff)과 시행 라인(Line)의 기능적 특성을 가릴 줄 알았기에「청와대」의 참모기능이 자리 잡힐 수 있었다.
아이러닉하게도 우리 군대에서 일본군 색깔이 완전히 탈색 된 4년제 사관생도 첫 졸업생인 육사11기로 군사독제라던 전두환 정권 때에는 그들이 배운 교범대로「스텝」의 기획, 평가(합동 참모계획, 평가),「라인」의 시행계획 명령(전투계획, 전술명령) 등 참모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모양을 갖추어 갔다.
정말 아이러닉하게도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에는 (아마도 노태우 정권까지도?) 강력한 대통령비서실이 지닌 스텝기능의 절대성에 조금의 빈틈도 없이, 하부조직의 복종은 일사불란하면서도, 장관이나 기관장들은 맡겨진 라인기능으로서의「전술명령」에 해당하는 재량과 결정권을 행사 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한 밤에 참모 집엘 찾아가 가정교사 집에 왔다며 막걸리 잔 비우고, 목숨 걸자며 밤새 국정 토론하고, “당신은 국보야”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하거나, 유명한 학자 출신 고위 각료가 “언제고 그만 둘 각오로 일 하겠다”는 취임사 했단 말 듣고는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일하는 판에 그만 두는 게 참모의 책임이야” 당장 자르라 했다는 일화들을 남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말 아이러닉하게도 민간정부란 YS, DJ,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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