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태의 세상보기, 정치인은 6개의 “ㄲ”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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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6년10월17일 16시54분 ]

안원태 (安元泰) 박사 한국국립공원진흥회 회장

안원태 박사는 광주 서중, 광주고, 서울대문리대, 국민대대학원(경제학박사). 한국일보 기자. 한국산업개발연구원 부원장. 한국경제사회연구원 원장. 국토환경연구원 원장을 역임하였다.

조금은 노리끼리하고 야시시한 책에 전해오는 말이 남정네에게 기쁨을 주는 여섯 가지 (六喜 : 치(齒) 착(搾) 온(溫) 요본(搖本) 감창(甘唱) 속필(速畢)와, 여인네에게 보배로운 여섯 가지(六寶 : 두대(頭大) 경장(莖長) 온(溫) (앙)昻 건작(健作) 지필(遲畢)가 있다. 하고는 모든 남정네들은 이 6희(六喜)를 찾아 헤매고 들추며, 여인네들은 이 6보(六寶)를 만나지 못한 팔자에 한숨이나 아쉬움으로 지고 샌다 했다. 어쩐 연고로든 사내가 6희 만나고, 여인이 6보를 접해 본 날에는 염치 체면 돌볼 수 없게 되어 사단이 난다는 명기(名器) 이야기가 번져 있다.

어쩌면 모든 남자들은 자신을 즐겁게 해줄 6희를 찾아 헤매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여인들이 까무러치는 경험을 목말라하며 허벅지를 꼬집는 6보의 주인공이기를 바라며 좋다는 것이면 별의 별 것을 다 찾아 먹고 단련을 쌓기도 한다. 세상 여인들 또한 자신이 남정들을 천지분간 못하게 하는 6희의 기능보유자가 되어, 낭군이 딴 생각커녕 외방 거들떠볼 염도 나자않게 되려고 숨은 수련을 쌓으며 몸부림치는 것은 아닐까!

여섯이란 숫자에 꼭 연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정치에서는 이 六喜六寶 못지않게 소중히 여겨지는 여섯 가지가 있다 하여 은근히 웃겨주기도 한다. 옛날에는 시언서판(身, 言, 書, 判)이라 하여 몸차림, 말주변, 글재주 판별력의 넷을 인물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고, 아직도 중히 여기는 사람 많은데, 요즘 와서 남녀의 6희 6보처럼 조금은 장난 섞인 얘기도 된다.

최고의 정치학부 졸업, 3선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어느 강대국과의 정치학회 한국 측 대표라는 빵빵한 경력에도 뒷전에 있어 보이는 활력 넘친 사람과 세상 얘기 끝에, 왜 뒷전에 물러 있느냐 했더니, 정치 특히 우리나라에서 정치를 하려면, 적어도 여섯 개의「ㄲ」(쌍기역)이 있어야 하는데 자신은 몇 개가 모자라서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혹시 여섯 개의 쌍기역이 뭔지 들어 봤느냐며 웃는다. 여섯 개의「ㄲ」이란, 깜 깡 꼴 꿀 끈 끼라 했다. 그래서 새겨봤다 .

첫째로 ‘깜’이다. 정치인 깜으로 학력이건 경력이건 재력이건 집안내력이건 하다못해 처갓집도 그늘도 못되면, 아스팔트 투쟁이나, 빵칸 경력이라도 빵빵해야 정치권에 유리한 조건으로 발을 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갈수록 끼어들기가 어려운 것은 이 몇 가지 깜의 조건을 여럿 겹쳐 지닌 중무장 후보가 있는가하면 시류를 따라 이중직업(더블 접)으로 전자공학도나, 산부인과나 치과의사를 겸한 변호사, 벤처기업가, 정치를 본업의 방패막이 삼는 국제중개상, 이미지나 이벤트의 홍보 컨벤션 전문가 등이 뜨는 정치인 깜으로 자리잡혀가고 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란 말 대로 이러한 신종 “깜“들에 밀려서 ‘經國濟民治國平天下’같은 알량한 전통적, 옛날개념의 정치인은 걸림돌이요, 도태되어야 할 흘러간 옛 추억의 ”깜“이다.

둘째는 ‘깡’이 있어야 한다. 근래 정치인에게 중요한 요소다. 나도 할 수 있다(can do)만이 아니라, 무엇이건 언재건 왜 안 되냐(why not me)라야 한다. 누구에게나 어떤 조건이건 한다! 된다! 덤비고 안 된 때에는 털고 나서며 두고 봐라 언젠가 된다. 뱃장이라고도 하는 기질을 갖춰야 한다.

정치인이란 이웃에서 아름다운 아치형 다리를 놓아 새로운 랜드 마크 만든다는 공약하면, 우리고을에는 교각 없는 서스펜션 다리를 놓아 명소를 만든다 하고, 강물이 없는데 어떻게 다리를 놓느냐 따지면 ”운하를 파 물길 내서라도 다리를 놓겠다.”고 멀쩡해야 한다는 유명한 얘기도 있다! 완전 뻥일 수 있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버무려 넘기는 배짱, “깡”이 있어야한다.

셋째는 ‘꼴’이다. 배우 모델까진 아니라도 눈에 띄되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자신이 방송인이나 아이돌 급이면 좋고, 아내라도 유명 연예인이거나 탤런트이면 좋다. 골빈 짓 해놓고도 대선 나설 양, 썩은 미소 퍼뜨리는 쭉정이도 반반한 꼴값 하는 판이다. 여성 정치인이 많아지면서 옷맵시 컬러 풀 해졌다고들 하지만 남녀 가릴 것 없이 외모에 신경 쓰고 더러는 뉴 스타일이나 젊은 유행을 따른답시고 청바지에 조끼라는 만화도 그리면서 어울리지 않는 실패한 모험도 한다. 모두가 이 “꼴”을 생각해서 인데 드디어는 “꼴”같지 않은 “꼴값”이 되어 고생하기도 한다.

넷째가 ‘꿀’이다. 꼴값 덜해도 돈 줄, 큰 이익, 벼슬자리를 디 밀 수 있으면 입문이 쉽다. “꿀”은, 파벌, 정치세력을 이루려는 중진, 정치거물 되는 데에 요긴하다. 좀 덜 되었어도, 세력 우두머리로 떠들리는 허깨비 거물, 잠용 거론 되는 개살구 정치인이란 이“꿀”이 있어보여서다. 큰 그릇인양 때만 되면 꾸물대는 망둥이 정치인은 백발백중 이 “꿀“이 없어서다. ‘영웅을 울리는 돈’이란 말, 이 ”꿀“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렇다고 사업가나 정치인에게 돈 얻어 쓰면 제 소신 접어야 한다.”꿀“은 정치인 생존, 성장의 필수 영양소이되, 자살하면서까지 찔러대는 독소가 되기도 한다.

다섯째는 ‘끈’이다. 지연 학연 혈연 등 얽히고설킨 끈끈한 인연들이다. 정치가, 속된말로 대통령 깜에서 각설이 깜까지 “본 의원”, “존경하는”으로 목 세우고, 섬겨주는 세상이 되자, 이 “끈“을 찾고, 잇고,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향우회 동창회는 서로 같은 ”끈“일 수도 있기에 흔한 것이 이런 저런 동호회다. 더러는 ”끈” 되어 주마 다가선 주고받기로 감옥 가는 변을 당하기도 한다. 이“끈”이란 것이 메달“끈”일수도 있지만, 바짝 세게 댕겨 매면 숨 끊는 “끈”도 된다. 허리춤의 챔피언 벨트도 되지만 잘못 골라 메면 오라 줄도 된다. 정치에선 ”끈“도 ”끈“나름이다.

여섯째가 ‘끼’다. 정치인도 유명한 배우나 탤런트 예능인들처럼 “끼”를 타고나야한다. 자기의 특별한 생각이나 느낌을 자기 나름의 특색 있는 모습 형식 재간으로 표현하는 능력이다. 정치인이 되려면 이 소질을 타고났다 할만치 때와 장소와 그 형편에 딱 들어맞게 표현하고 움직이는 재주와 순발력을 지녀야한다. 이 재주가 거의 저절로 자동적으로 남들에 앞서 작동하고 또 최대한 효과적으로 들어내고 펼쳐야한다. 딴전도 피우고 먼 산도 보며 퍼포먼스도 해야 되고, 아스팔트 투쟁에선 나뒹굴기도 한다. 때론 매직 쇼 같은 속임 수도 거리낌 없어야 ‘끼가 있다’ 칭찬 듣는다.

아무튼 이들 여섯 “ㄲ“을 갖추기란 六喜六寶 갖추기와 막상막하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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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