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태 (安元泰) 박사
한국국립공원진흥회 회장
안원태 박사는 광주 서중, 광주고, 서울대문리대, 국민대대학원(경제학박사). 한국일보 기자. 한국산업개발연구원 부원장. 한국경제사회연구원 원장. 국토환경연구원 원장을 역임하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많은 사람들이 대충 줄거리는 아는 괴테의 길지 않은 소설이다. 주인공의 연애감정과 뜨거운 순정이 시적표현까지 섞어가며 묘사된 이 소설은, 순정의 청춘남녀 연애감정을 사정없이 자극하여 자유연애풍조를 드높였다. 사랑을 위해 목숨 걸듯 하거나, 사랑밖에 몰라!‘ 연애지상 풍토를 조성하여 자살을 미화함으로써 자살이 유행했다고도 했다. 모방범죄 아닌 모방 자살로, 베르테르 열병 ’Werther Fieber’라고들 했더란다. 문학소년 기질들도 있었겠지만, 허무감, 책임감, 모멸감등 정신적 한계성, 생활고, 빚 독촉, 왕따 등, 사람에 시달림 등 이유는 많겠지만 자살을 선택하기까지의 결정과정은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법정관리 대기업 회장이 한강에 뛰어 들었고, 독직사건 소환 수사를 받고 나온 현직 광역시장이 목을 매달기도 했고, 도지사가 한강에 뛰어들기도 했다, 수사과정에서 억울하거나 모멸감을 심하게 느꼈거나, 의도된 수사로 언론의 취재보도란 수단을 빌려 피의사실을 공표하여 망신부터 주는 상황에 분통에서 극단적 행동을 한 것은 아닌가 짐작은 되지만 대체로 이런 경우 유서나 유언이 없다.
파산을 면 할 수 없게 된 정경유착 형 기업회장이 자신을 도움 줄 것으로 믿고 평소 관리해왔던 저명인사들 이름, 건넨 금액 적힌 메모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북한산에 올라 목을 매달았다. 뒷말 많은 자살이었다. 정치판에 큰 영향을 끼치기로는 대통령직을 마친지 오래지 않아 뒷산 바위에 올라 뛰어내린 자살사건이다. 자신이 변호사이고 대통령을 지냈으나 취임초에는 탄핵결의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에 시달렸고, 대통령 마치고는 무슨 잡범수준의 혐의로 검찰 수사 받는 검찰출두는 대형버스에 실려 5시간 넘게 실황중계 되고, 그 가족의 수사가 임박한 때에 극단의 결심을 한 것이었다. 이때도 자상한 유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대표기업의 하나이며 남북사업의 돈줄노릇을 하던 재벌회장도 높은 빌딩의 좁디좁은 창문틀을 비집고 뛰어 내렸다. 남북교류 사업을 추진하면서 법을 어기며 북쪽에 비밀자금을 대줬다는 혐의로 수사가 펼쳐진다는 무렵의 자살이었으나 그도 특별히 남긴 말이 없었다. 일종의 국책사업이라 할 수 있는 남북교류 사업을 위해 소위 언더테이블 돈줄이 된 것이 정치적 환경이 바뀌었다 하여 자살을 결심 할만치 강한 정신적 압박이 되었을까? 그는 아버지가 이룬 구릅의 정통계승을 두고, 아버지 생존 때부터 형과 치열한 싸움판을 벌려 의절한 상황까지 견뎌낸 것으로 봐 웬만해서는 충격 받을 사람 아닐 듯 했다. 이모저모 이 재벌 회장의 자살은「미스터리」였다.
바로 얼마 전 형제간 재산 싸움으로 늙고 병든 아버지를 끌어대며 치매진단을 한다느니, 아버지의 회사 내 직책을 해임하거니, 거처를 옮겨야겠다는 등 거의 패륜수준의 막장 드라마 상황에서 대대적인 비리수사의 대상이 되어 있는 재벌구릅의 실무 최고책임자이자 실세로 알려진 전문경영인 부회장이 자신의 검찰 조사 출두 날 아침에 자살했다.
이미 기업전략과 재무 경리 등 핵심부서 실무자와 간부들이 구속 되고, 아버지와 아들들이 줄 대어 검찰 조사를 받았거나 예약 된 판에 실질적인 경영의 속과 겉, 밝은 면 어두운 면 형제 다툼의 자초지종을 꾀 뚫어 알고 있을 최고 참모 , 어쩌면 형제 싸움의 단초를 짓고 판이 커진 데에 알게 모를게 관여 했거나 쏘시개를 댔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아침 산책이라 나가서는 늘 다니던 집근처가 아니고, 10㎞도 훨씬 더 먼 시골의 한적한 곳에서 목을 매달았다. 하다못해 ‘우리 구릅의 혐의는 너무 부풀려졌다’, ‘모두 내 책임이다’, 아니면 ‘모두 오너들이 직접 실무부서에 지시한 일로 난 모르는 일이다’든지, 뭐든 말이 있을법한데 한마디 유언이나 유서도 없다. 오직 “부인이 오랜 동안 절망적 신병이고, 수사 대상이 되고 보니 전문 경영인으로서 회의감이 자살을 택한 것 아니겠느냐” 가까운 사람이 했다는 추측뿐이다. 아마도 사무실 창문을 비집고 뛰어내린 재벌총수의 자살에 이어 두 번째「미스터리」겠다. 전임 대통령의 절벽 투신을 포함하면 세 번째일까?
뛰어내리는 투신자살, 나무나 가구에 목맨 자살, 농약이나 극약을 마신 음독자살, 총을 쏜 총격자살, 혈맥을 자른 자살 등 사람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자살하는 장소도 집이나 사무실, 강 바다 산 들판 도로 철길 다양하다. 자살한 사람에게 물을 수야 없지만 스스로 이 세상과 이별할 방법과 장소를 한동안 생각 했지 않을까? 투신자살은 조금은 성급하거나 충동적이고, 자존의식이 강한 성격인데 비하여, 목을 매는 사람은 조금 더 신중하고 유연하면서 생각이 많은 성격이 아닐까? 약을 먹는 사람은 냉정하면서도 두려움이 많고, 가장 오랜 동안 벼르고 망설임이 있었지 않을까? 칼이나 총을 쓰는 사람은 충동적이기도 하나 직업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자살을「미스터리」라 여길 경우는 자살의 동기 이유가 상식적이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그야 유서가 있거나 범죄용의자로 쫓기는 현행범, 연탄 피운 흔적 분명한 경우 들은「미스터리」깜이 아니다. 아주건강· 명랑하고 부부 자녀 살림살이 부러움 없는 외과의사가 수술용 메스로 목 동맥을 끊었다. 문중 돈 유용의 오해받은 충격이라 했다. 유명한 여류문필가는 리스트 컷으로 생을 마감했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던 남친과 소원해지고는 의욕 잃고 시들어지는 여인에 관한 에세이를 쓴지 얼마 뒤였다. 천하태평 낙관적이던 사람이 다리위에서 몸을 던졌다. 나이 80 지나 시한부 선고 받으면 성할 때 가야한다는 말도 자주 했었다. 이런 경우들도 유서는 없지만 「미스터리」깜이랄 수 없다.
사건에 관련 된 자살의 경우 모든 책임을 지고, “그 건 내 책임아래 지시한 일이며 지시에 따른 부하들은 책임이 없다”거나, “내가 상급자와 동료들을 속이고 독자적으로 저지른 일인데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거나 수사기관에 진술하고 자살을 택한 조직보호 공신이나 조직의 희생양이 되는 멋있는 자살(이런 게 있을까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멋있는 자살이나 사나이다운 자살도 치욕을 견디며 궁핍한 생활로 목숨을 지탱하더라도 살아남아서 훗날 자신을 변명하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미스터리」자살의 공통점이라면, 자살한 사람이 사회적 관심을 모운 큰 사건에서 결정적 증언을 해야 하는 핵심적 사실, 범죄구성의 정황을 쥐고 있는 사람이고, 발뺌 할 수 없는 사람이란 점과 그의 자살로 사건이 생각보다 쉽고 작아져서 마무리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은 특수한 경우이며 가늠하기 어렵지만, 가족과 주변, 그리고 따르던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번져 갈 형세이던 수사가 마무리 되었고, 오늘에도 그 추종세력이 우리 정계의 복판에서 극성인 것을 보면 비록 본인에게는 치욕이고 가족에게는 원한이겠으나 산책길의 투신자살은 「미스터리」의 구색을 갖췄다.
남·북 사업 재벌총수의 자살도 그가 아니고는 북한에 불법 뒷돈 건넨 실타래를 풀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의 자살로 사건도 죽었고, 수사 대상이던 사람들이 아직 우리정치의 한 모서리를 단단히 움켜잡고 휘두르는 것이나 그가 남긴 기업이 전업주부이던 아내의 힘으로 어려움 이겨내며 지켜지는 것을 보면 사무실의 작은 창문을 비집고 뛰어 내렸다는 이 자살 또한「미스터리」의 자격을 지녔다.
형제가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재산 싸움을 벌이고는 정식 결혼하고 지금은 세상 떠난 첫 부인, 동거형태인 두 번째와 세 번째 부인까지 세상에 들어냈고, 첫 부인 태생 맏딸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드디어는 그 구릅을 일으킨 아버지를 모든 직책에서 해임하고는 아버지가 치매일 것이니 검사하여 금치산인지 무능력자로 확인해달라는 신청까지 해대어 막장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는 패륜사건(요즘 어느 막장드라마가 오히려 이 상황을 베끼고 있지?) 관련 재벌 부회장의 자살도 생각해 봄직하다. 재산 싸움의 주역인 두 아들은 똑 같이 아버지와 두 번째 부인 일본 여인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어머니 쪽 성을 따른 일본 이름이 따로 있고 일본에서 낳아 대학까지 다녔고 취직도 했다. 아버지의 모습과 성격을 빼닮은 맏아들은 일본 쪽 회사 운영을 맡았고 한국말은 모르지만, 재미교포인 한국여성과 서울에서 결혼했다. 둘째 아들은 일본인 어머니의 모습과 성격을 판박이로 닮아 미국유학도 했는데 순수 일본인 여자와 도교에서 결혼 했는데, 장인은 일본 대기업 건설회사의 임원이었다. 한국 쪽 기업을 맡으면서 한국말을 배웠다.
이 두 형제는 혈맥으로 따질 때 50%는 일본인이라 할 수 있다. 이두 사람의 가정은 어떨까? 제미교포와 서울에서 결혼한 큰아들 집은 100%한국인 아내와 50%한국인 남편이 살고, 작은 아들의 집은 50%한국인 남편과 100% 일본인 아내가 사는 가정이다. 현재 이 대기업구릅은 작은 아들이 실권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은 아들이 형이 관리하던 일본 쪽 회사들 장악에는 그룹 지주회사 임원들이 창업 총수의 뜻을 배신하고 둘째에게 편들었기에 가능 했다.
일본 대기업 임원인 그의 장인이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터다. 아버지 총수를 건강상 문제가 있으니 법정대리인을 지정해야한다는 신청을 한 것도 그들의 지혜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 이 모든 전투과정에서 작은 아들의 참모장을 담당한 사람이 다름 아닌 자살한 재벌구릅 부회장이라고들 한다. 이 부회장을 채용 발탁 중용한 사람이 바로 그들의 작전으로 모든 직책에서 해임되고, 법적폐인이 되어 법정대리인에게 내어 맡겨진 패륜 막장의 희생자인 아버지 총수이고 보니, 검찰 조사실 가기가 힘들긴 했을 터이다. 그뿐 아니라 이 그룹이 작은 아들 손에 완전히 쥐어지는 날에는 일본에 있는 지주회사의 구성으로 보아 일본기업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둘째의 자녀가 이미 결혼 (아베 일본수상 참석 사실일가?- 정치헌금 덥석 냈나?)했다는데 한국을 모르는 3세가 상속자 되면, 자신의 외가, 아버지의 외가 모두 일본인이고 아버지의 친가는 이미 의절했고, 그럼 일본인? 일본에 있는 그룹지주회사는 구릅 책임자가 법인대표 자격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일본인이 맡아야 하지 않나 검토하지 않을까?
자살한「재벌 부회장」은 자신을 채용 발탁 해준 아버지 총수에 대해 배신 한 것은 아닐까 회의감이 쌓일 수도 있었겠다.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이 그룹이 까딱 잘못하다가는 일본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까지 덮치기도 했겠다. 이런 판국에 검찰조사실에 들어가 왜 돈 빼돌려 뭐 했냐 시달릴 생각에 지난날의 필름을 되돌려 보고, 병든 아내를 돌볼 일이나, 1%의 안정 속에 자신이 쌓고 다지며 꾸렸던 날들을 추슬러 내기에는 그 몰골이 너무 허무해진 것은 아닐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유서? 를 남겼다 한다. 막장의 주역이 되어버린 작은 아들을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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