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 논설실장(공학박사, 기술사)
최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이 확정됐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안 이후 3년 만에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라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김영란법의 태동은 “스폰서 검사”, “벤츠 여검사”처럼 공직자가 금품이나 향응을 받아도 직무연관성과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사회의 부정청탁과 접대, 부패방지를 통해 투명하고 정직한 사회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함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김영란법” 합헌 결정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법 적용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사실상 제외시킨데 대한 논란은 더 커졌다. “공직자 반(反)부패법”으로 국회와 정부는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사항을 반드시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무원, 사립교원, 언론인 등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1인당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미국은 1회 20달러, 연간 50달러(21,980~55,000원), 영국의 경우 25파운드~30파운드(35,000~43,000원) 선에서 공직자의 선물수수 금액을 제한하고 있다. 독일도 25유로(30,700원) 범위 내에서 기관별로 허용금액을 설정하고 있다. 특히 법무부에 대해서는 5유로(6,140원) 이하로 그 기준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국가청렴도가 높은 싱가포르는 아예 금품과 향응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한국보다 훨씬 더 부자 나라이며, 선진국들이다. 또한 모든 사회시스템이 월등하게 앞서 있음에도 부정부패에 대해서만은 엄격하고 철저하다. 공직자의 금품수수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통해 부패를 방지하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독일·일본에서도 소위 김영란법의 법률을 살펴보면 모두 “공직자”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 역시 국민권익위가 국회에 올렸을 때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이었다. “공직자”가 분명 들어가 있었다 한다.
공무원이나 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의 공직자들은 지켜야할 윤리규정이 있고, 여기에는 이미 김영란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내용들이 엄격하게 지켜지도록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힘 있는 곳에서만 지키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는 얘기들이다. 헌재의 발표가 날 무렵 우병우 진경준 홍만표 등등의 사건으로 고위층에 대한 일반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OECD가 2016년6월 발간한 “한눈에 보는 한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부패한 나라로 인식되어 있다. “정부에 부패가 만연해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한국은 77%였다. OECD 평균(63%)이나 G7 평균(59%)보다 월등히 높다한다.
한국의 경제수준 10위권, 올림픽 10위권, 인터넷 속도는 세계 1위다. 그러나 OECD 34개 국가 중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아직 25위, 행복지수 26위, 부패지수 26위, 자살률 2위, 출산율 최저 수준에 머물러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 점수를 보면 국제투명성기구는 부패를 “사적(私的) 이익을 위한 공적(公的) 직위의 남용(濫用)”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70여 개국 중 10년째 40위 안팎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2015년도 부패인식지수(CPI)는 100만점 중 56점으로, OECD 평균 69.9점에 훨씬 못 미치는데다, 순위도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 절대부패 수준이 공공부문의 부패가 일반적인 국가부패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반부패운동을 펼치고 있는 5개 시민단체(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투명성기구,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가 있다. 이 단체는 “시행령(안)을 결코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일부 정치인들은 경제위축을 이유로 입법 예고된 시행령(안)을 더욱 완화하고, 더 나아가 법 자체를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한다.
또한 일부 경제 단체와 농축수산, 화훼업계 종사자들은 내수감소와 경제위축을 이유로 특정 품목을 금품수수 항목에서 제외하거나 금품수수 허용기준 금액을 높일 것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의 엄격한 적용과 반부패 정책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가청렴도가 OECD 평균수준으로 개선되면 경제성장률이 0.65%, 명목 GDP(국내총생산) 66억 달러(약 7조6천억 원)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청탁 및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적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공무원 등 공직자, 공공기관 종사자, 사립학교 교원 및 언론인 등이 대상이다.
언론은 고도로 공공성이 요구되어야 하고, 청렴해야 하는데 부패했다는 여론조사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다. 공공성 하나만 놓고 보면 언론보다 의료, 법률, 금융 등이 훨씬 중차대함에도 언론만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불평등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또한 법 적용의 쟁점은 밥값, 선물비, 경조사비 등에 관한 상한 규제(각각 3만, 5만, 10만원)의 현실성 여부다. 호텔 또는 식당의 영업 위축 가능성이 높고, 택배 및 대리운전 서비스도 줄어들 수 있다. 부정거래의 음성화를 차단하는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는 공짜가 없다. 자원과 권력이 클수록 이러한 “합법적” 부당거래의 가능성은 커진다.
대상의 형평성 논란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청탁금지법 대상에는 부패지수가 가장 높다는 국회의원과 전관 논란이 지속되는 변호사 등이 빠져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뒷부분을 슬쩍 빼버리고 언론을 집어넣은 해괴한 짓을 했다는 평이다. 국회는 소속기관 등의 가족 채용이나 계약 체결 제한, 민·관 유착과 전관예우, 낙하산 인사 등을 제외시킬 수가 있었다고들 한다. 전관의 지위로 사건을 왜곡하는 검사ㆍ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빠진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청렴성과 사회적 신뢰 회복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정부와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의 윤리경영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우리한국의 현재와 미래 앞날을 장기적인 큰 틀에서 내다보고 판단해야만 한다. 아무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경제 강국이라 해도 동서고금의 역사는 “부패지수가 높으면 결국 나라가 망하게 된다”는 냉철한 교훈을 아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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