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장 문장수(공학박사, 기술사)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와 관련하여 청문회 개최를 주장해 왔다. 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상임위원장인 홍영표 위원장도 청문회 개최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에 뒤질세라 여당 또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문제의 진상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의지 표명과 검찰 수사 종료와 함께 국회 차원에서의 조사 진행 및 청문회 개최까지 동의한 입장이라 이제 시간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배경에는 최주완씨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업체 10곳에 대해 2012년 첫 형사고발을 한 뒤부터라 한다. 고소인 대표로 200일 동안 1인 시위를 벌였지만, 그가 6개월 만에 받은 답변은 “검찰의 기소중지 통보”였다 한다.
소방관 김00씨는 가습기 살균제로 죽어가는 자신의 4살 된 아들을 직접 구급차에 태워 응급실로 달려갔지만 끝내 아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검찰과 정부의 조치에 실망했던 김씨는 직접 영국 옥시 본사로 찾아 가서 항의하기도 했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본질은 카페트 세척용 살균제를 가습기 살균제로 용도 변경하여 사용해도 아무도 모르고 있었고, 어떠한 제지를 받지도 않았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미국 환경부에서는 가습기에 화학물질을 쓸 경우 세척용으로만 쓰고 물에 첨가하지 말라고 소비자들에게 알려준다. 가습기에 치명적 성분의 살균제를 넣어서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는 1, 2차 세계대전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생물학적 독극물 참사사건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형사고발 후 수년이 지나서 뒤늦게나마 검찰조사가 시작되면서 사건의 실체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정부의 아무런 감시 없이 사용되었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는 10년 넘게 계속 판매해 왔다. 2011말까지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453만개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출시 3개월 만에 “신체이상호소 민원과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환경부는 2007년 “유해화학물질 등 환경 유해인자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는 취지로 환경보건법을 제정하였다.
환경부는 제품 생산에서 사용·폐기 단계에까지 유해물질 관리할 법안을 만들었지만, 2008년 관계부처 협의과정에서 제품의 유해물질의 종류·함량 표시, 제품의 유해성, 위해성이 기준 초과시에 사용을 제한 또는 금지하는 조항, 위해시 제품에 대한 판매중지 등 제품과 관련된 규제조항이 모두 삭제되었다고 한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업계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완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부서의 특성상 태생적으로 규제에 대한 반감이 매우 강한 부처라고 한다. 그러나 경제논리에 밀려 국민들이 병들고 죽어갈 수 있다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2011년 8월 31일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원인미상의 폐 손상 환자 집단발생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해 12월에 약사법에 의한 의약외품으로 지정하였다.
문제가 발생되자 2012년 11월에는 가습기 살균제가 포함된 생활화학용품 안전관리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환경부로 얼떨결에 이관된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는 공산품과 관련된 문제이어서 환경보건위원회에서 환경사안이 아니라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처들이 서로 미루다 보니, 정부부처 합동회의에서 피해자에 대한 역학조사와 보상 등에 대한 책임을 떠맡은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것은 환경부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는 실정이다. 이들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비교해서 고생만 하고 욕만 먹은 경우라고도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환경파괴합법부”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환경부이라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때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할 당시에 책임부서가 아니었음을 확실히 밝히고, 그 몸통을 밝혀야만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것이라 보는 견해들이 많다.
하지만 2013년, 당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총 4개의 법안들은 단 하나도 제정되지 못한 채, 국회 19대 임기가 종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 뜬 장님 노릇을 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와 그들이 만들어 낸 누더기 법안, 그리고 여당의 직무유기라는 지적들이 많다.
늘 그래왔듯이 지금 전 국민들의 공분이 들불처럼 일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근본적 수술 없이 지나가면 안 된다. 얼마 지나서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면 또 잊게 될 것이고 유사한 사건은 또 다시 발생하고 반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조판매를 한 옥시측은 2011년 정부조사발표를 전면 부인하면서 한국 국민과 국가를 무시한 오만함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도적인 오류, 일방적인 행정, 정치의 부재와 무질서한 법질서, 불매에 참여하는 국민적 시민운동 등도 배제할 수 없는 요인이라는 것을 자성해야 하는 부분들이다.
끝없이 터지는 대형사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아닌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근본을 바꿔 재발을 막아야 한다. 국민들도 선진국 수준의 의식으로 “안전제일을 지키는 경제성장”을 분명히 추구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화학물질 관리부처가 환경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처에 부처별로 나눠져 있다.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화학물질의 생산, 수입, 유통, 판매, 폐기 등 전 과정을 통한 총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그야말로 콘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20대 국회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청문회를 통하여 근본적인 사태의 본질을 투명하게 밝혀내야하고 특단의 처방을 내려야만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