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 논설실장(공학박사, 기술사)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달력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스승의 날, 가정의 날, 부부의 날 등이 줄지어 있다. 하나하나가 소중한 날이지만 8일 어버이날만큼 특별한 날도 없을 것이다.
나에게 5월 8일은 특별한 날이기도 하다. 바로 이 날 아버지가 유명을 달리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5월 8일을 기일로 정하여 일곱 남매가 참여하여 기일을 기린다.
우리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가 일본의 미스비시회사에서 강제 노역을 하셨다. 8.15 해방과 더불어 귀국선을 타기 위해 며칠을 밤 세워 길을 걸어 항구까지 이동한 뒤 고향으로 돌아오셨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6.25로 또 다른 고초를 겪어야만 하셨다. 당시 지역 파출소인 “지서”에서 근무한 일로 북괴의 잔당이라는 빨치산으로부터 가족 전체가 시달림을 겪어야만 했다.
5.16이후에는 “잘 살아보세”의 노래에 지치는 줄 모르고 새마을 운동에 앞장섰고, 7남매를 잘 키우셨다. 그야말로 잘사는 시절이 온 것이다.
지금은 나도 “지공도사”가 되었으니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 어버이 날이 새롭고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느낀다. 한창 학생시절엔 데모대에도 참석했고, 70년대 대학을 휴학 후 군에 입대하여 기갑병으로 근무했다.
당시 오래된 낡은 전투차량은 2차 대전 당시인 1940~1945년산 장갑차를 미군으로부터 이관 받아 보급품이 부족했던 시절이다. 부품의 고장과 보급품의 조달이 안 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엔진부터 각종 계기판까지 밤새워가며 수리하고 보수하여 차량을 정상으로 유지하여 검사나 검열을 받아야만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열악하고 부족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수 백개의 고장난 부품을 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었다. 60~70년대 “병”으로서 군 생활을 하신 분들은 다들 그렇게 하였을 것이다.
그 당시, 나는 부대에서 특별 차출되어 특수훈련을 받았고, 사격에서부터 구보 등 무엇이든지 명령만 하달되면 못할 것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했다. 특별휴가를 나와 후방의 군인들을 보면 “민간인”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야말로 3군에서 최우수분대원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국이라는 일기당(一騎當千) 정신으로 국민의 의무를 이행 했던 것이다.
한때는 대대장님이 “추천을 할 테니 군에 남아 장교로 근무할 것”을 수차례 권유하기도 했다. 당시에 나름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의 자금을 지원받고 청와대와 시위를 협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26건의 미신고 집회를 진행했다 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명분은 “애국‘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관련해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진상규명에 나선 가운데,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에 친정부 집회를 지시하고, 전경련이 뒷돈을 댔으며, 국정원까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지난 22일 “어버이연합 게이트” 해명 기자회견 이후 종적을 감췄다.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전경련으로부터는 자금까지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리라 본다.
대부분 보수단체는 운영자금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다. 특히 어버이연합 같은 단체는 자체 수익사업을 할 능력이나 인물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 종로에 사무실이 있고, 상근 직원도 있다고 한다.
특히 어버이연합은 박근혜 정부 들어 집회마다 사람을 수백 명씩 이끌고 다녔다 한다. “날개차”라고 불리는 아주 큰 선거용 차량도 얼마든지 동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참담하다. “국정 역사 교과서”를 옹호하고, 세월호 참사 유족을 비난하고, 단식을 벌이는 세월호 유족 앞에서 폭식 퍼포먼스도 마다치 않았다고 한다. “딸이 위안부여도 일본을 용서했을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막말을 퍼부은 것이나, 돌 맞을 각오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 타결 찬성 집회도 열었다 한다. 보수여당 정치인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김무성·유승민은 물론이고 이재오·김문수·정몽준에게도 “빨갱이”라고 까지 낙인을 찍었다 한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는 정부가 뉴라이트를 앞세워 끌고 갔지만, 박근혜 정부는 보수단체 쪽에서 어버이연합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이들만이 아니다. 국민행동본부,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자유북한운동연합 같은 곳도 “국가 관리대상”으로 분류돼 경찰 정보과 등을 통해 보호받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한편, 박지원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문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떻게 국정을 위해 전경련이나 개인 기업들의 돈을 빼앗아 어버이연합에 그런 일을 시키느냐. 이건 다시 5공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 강력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어버이연합 게이트는 단순히 정경유착의 차원이 아니라 청와대와 국정원의 개입 의혹이 짙다고 보는 것이다. 언론들은 이제 “청와대-국정원-전경련-어버이연합”이 얽혀있는 “게이트”라 하고들 있다.
21세기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한다하지만 변하지 않아야 할 진리는 “사랑과 효의 사상”이며 자랑할 만한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이다. 매년 이맘때 “어버이 날”을 맞지만, 어버이연합 게이트로 얼룩진 금년은 웬지 서글퍼 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 국민의 18%나 되는 우리 어버이들은 늙고, 병들어 노후대책도 없다. 일자리도 없고 힘도 없고, 금수저 은수저도 아니어서 뒤를 봐주는 빽도 없어 희망의 끈을 버린 분들이 많다.
거룩하고 소중한 “어머니와 아버지”를 총칭하는 “어버이”라는 이름이 우리를 더 이상 부끄럽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잘못된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사회가 부패하면 나라의 뿌리까지 부패한다는 진리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