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장 문장수(공학박사, 기술사)
2016년 4월 13일은 제20대 총선 투표일이다. 여당이나 야당 가릴 것 없이 전통적인 표밭이 위태롭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지역 민심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표심 잡기나, 상대후보를 흑색선전으로 물귀신작전 등 안간힘을 쏟는 후보자들의 행보는 실로 예상치 못해왔던 새로운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 듯하다.
포르투갈은 지난 1974년 “카네이션 혁명”으로 오랜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화를 달성했지만 경제발전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1926년 군사 구테타로 군인들이 정권을 장악한 포르투칼의 정치에 혜성처럼 나타난 경제학과 교수 출신 살라자르(1889-1970)가 단, 1년 만에 재정적자에서 흑자로 만든 탁월한 능력 때문에 총리가 되었다.
살라자르 총리는 1933년 국민투표로 헌법 개정한 뒤 의회민주주의의 종말을 정치 발전이라고 당당히 선언했다. 살라자르의 철권통치로 포르투칼 국민들은 신음을 했다.
살라자르는 국민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파업 등 노조활동 금지, 사회활동 국가조정·관리와 집권당에서만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등 총리의 해임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개헌까지 했다.
포르투칼 국민들은 20여 년간 계속된 정쟁을 지켜보며, 그야말로 정치에 신물이 나도록 국민들이 길들어져 버렸다. 결국 국민 과반의 동의와 거의 절반의 무관심속에서 합법적인 독재자가 탄생된 셈이다.
이렇게 되는 데에는 살라자르가 고도의 정치적 전략으로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3F에 집중케 한 결과라 한다. 즉 Futebol(축구), Fatima(파티마 성모발현), Fado(파두, 포르투칼인이 가장 사랑했던 음악)인 “3F”에 아낌없는 정부지원과 막대한 예산 투자를 함으로써 국민들을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든 것이다. 국민적 저항을 무력화하고 관심을 정치 아닌 딴 곳에 돌리기 위한 일종의 우민화 정책을 편 것이다.
똑똑한 정치인과 무식한 국민의 구도를 만들어 정치를 국민에게서 더욱 멀리하게 만들게 했다. 정치를 혐오하고 정치에 무관심하며 스스로를 무지하다 여기는 국민의식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탈출구는 정치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국민 스스로가 포르투칼을 떠나는 탈출이 된 것이다. 당시 “포르투칼의 최대 수출상품은 포르투칼 사람”이란 비아냥이 있을 정도였고 무려 36년이란 긴 시간이 흘러버린 것이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빼놓을 수 없는 주요사항 중 하나이다. 매번 유권자들은 기존 정치세력에 실망을 느끼거나 정치판에 환멸을 느껴 투표율이 좌우되고 결과는 후보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일단의 유권자들은 이 경우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가 지지 정당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권력은 국민에게 어떤 의미일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국민의 눈을 두려워할 줄 알기에 약속을 지키고, 처음처럼 눈높이에 맞추어 올바로 처신을 하고 소통하고,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는 그것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정치”일 것이다.
후보자들은 진인사 대천명의 순리를 따라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유권자인 민심은 언제나 “물 흐르듯 곧고 바르게 흘러 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물론 겸허한 자세로 두려움을 느낄 줄 아는 선량을 선택할 때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투표장으로 나가야만 할 차례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