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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민뉴스] 김희태 기자 = 5년만이다. 다시 해남 땅끝마을을 찾았던 건, 이전에는 그저 지나가는 길이었다면 이번 여행에서는 땅끝마을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밤이 들려주는 고요한 이야기와 홀로 떠난 길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이들과의 맥주 한잔 기울이며 사는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재미있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땅끝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내일은 어디를 가야하나 일정을 고민하고 있을 때 문득 그곳이 생각났다. 해남군 송지면에 위치하고 있다는 어란리, 땅끝마을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다, 이곳에 전설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어 궁금하던 터였다. 게다가 이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화해서 개발하겠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던 터였다. 그렇게 나는 해남군 송지면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어란리로 향하게 되었다.
여낭터로 가는 해안 절벽에서 마주한 바다 풍경 어란리로 향하다가 마을의 입구에 들어설 무렵, 낮설지 않은 그 이름을 발견했다. ‘여낭터로 찾아가는 길’ 오늘의 목적지인 여낭터의 이정표가 있다는 사실에 반색하면서, 이정표가 알려주는대로 길을 나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의 이정표는 확인이 되지 않아 길을 지나가던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 물어 차로 이동할 수 있는 목적지인 변전소 앞 정자에 까지는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해안가를 따라 걸어가라고 해서, 방파제 쪽으로 갔다가 길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산 쪽으로 다시 걸어갔는데, 누군가 길을 지나간 흔적들이 있어서, 이 길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산길을 걷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계단이 아래로 나 있고, 그 계단을 따라가니 사진으로만 봤던 그곳이 눈에 들어왔다. 여낭터!
여낭터는 해안 절벽에 어란 여인의 상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 여인상을 세우게 된 이유를 적힌 비석이 있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 마을 주민들에게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것은 한 일본장수와 조선 여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때는 정유재란 이후 이순신 장군이 조선수군을 재건하기 위해 길을 나서던 때였던 1597년, 명량해전이 있기 바로 전 이곳에 일본군이 주둔을 했는데, 당시 주둔했던 일본의 장수 칸 마사가게(菅正陰)’와 어란이라는 조선 여인이 서로 사랑을 하는 사이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 칸 마사가게로부터 명량해전의 출전 기일을 알게 되었던 어란 여인은 이 사실을 이순신 장군에게 알리게 되고, 이러한 영향으로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게 되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이 때 여인이 사랑했던 일본의 장수 칸 마사가게는 사망하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되었던 어란 여인은 이곳 여낭터 절벽에서 몸을 던져 자결을 했고, 마을 주민들이 그 시신을 수습해 소나무 숲 아래 묻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마을의 이름이 어란리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것은 정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전설과 같은 이야기여서 흥미로운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여낭터로 찾아가는 길은 큰 길에 이정표 외에는 별도로 없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에게 묻지 않으면 길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곳을 스토리텔링화 하겠다는 기사를 꽤 오래전에 접했는데, 아직 이정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스럽기도 했다. 여낭터에 대해서는 신문기사로 접해보기는 했지만, 일반인들은 잘 알지는 못하는 곳인 듯, 인터넷으로 그 정보를 찾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면 이러한 작은 관심이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란리의 마을 지명의 유래가 된 인물이자, 전설처럼 전해지는 여낭터를 답사하면서, 꼭 유명한 건축물이나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마을의 이야기,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명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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