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 논설실장(공학박사, 기술사)
팽이놀이를 할 때는 팽이를 쉬지 않고 계속 팽이채로 내려쳐야만 넘어지지 않고 돌아간다. 음식을 만들 때는 미리 맛보기를 한다. 양념의 정도를 알기 위해 미리맛보기를 한다. 또 간을 알아보기 위해 맛을 보기도 한다.
요즘 우리사회에는 이런 일들이 너무 흔하게 많은 것 같다고들 한다.어떤 중대 사안을 발표 전에 미리 간보기나 눌러보기를 하는 것이라는 얘기이다. 미리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인지, 전략적으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최근 정치권은 꽤 시끄럽게 어지러웠던 것처럼 보인다. 각 당의 공천 관련 파열음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에 전략공천을 완전 폐지하고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것을 당론으로 채택했었다. 혁신을 바탕으로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설명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시스템을 통한 상향식 공천제도”를 약속하면서 10회에 걸쳐 “공천혁신안”을 내놨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주겠다며 상향식 공천을 잇슈화 하였으나 총선을 앞두고 “공천학살”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었고, 4년 전에 비해 질적으로 후퇴했다는 혹평만이 파다하다.
새누리당 어느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가 무더기 컷오프 한 결정을 "역대 최악의 밀실공천, 보복공천, 집단학살공천, 정당민주주의를 압살하는 공천"이라고까지 표명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실시한 비례대표와 청년비례대표 공천에 대해 “돈공천” “밀실공천”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혁신성과 진취성을 불어넣는다는 취지의 “청년 비례대표제”가 이번에 폐지될 뻔 하기도 했다. 선거 지휘본부인 비대위가 시스템 공천을 무시하고 정무적 판단만 한다는 불만과 “셀프 공천” 논란에 휘말리는 사태까지 다달았다.
여야가 한 목소리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며 공천 혁신을 철석같이 약속했다. 그러나 공천 결과는 “역대 최악의 실패한 공천”이라는 평가와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천의 원칙과 절차는 철저히 무시”되었다는 세평이다.
결국 적지 않은 의원이 탈당과 무소속출마를 선언하며, 수 개월간 진행된 “배신의 정치”에 대한 심판이 마무리된 것으로 “막장공천”이라는 오명을 낳았다. 이들 컷오프 된 의원 중 상당수가 당내 역할이나 의정활동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는 점도 석연치 않은 것이다.
권력의 심복을 요직에 내려꽂는 “해바라기 공천” “괘씸죄 논란” “법안이나 정책, 지역구 활동보다는 계파나 권력구조”에 공천의 당락이 결정되는 폐악과 같은 관행은 반드시 고쳐야 할 숙제이다.
일단 공천을 받으면 지역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후보라도 정당만 보고 찍는 “묻지마 투표”로 당선되는 게 서글픈 한국의 수준이요 정치 현주소라고 한다.
매번 “역대 최악의 공천, 선거” 라는 말들이 있지만, 이번 공천과정을 지켜보는 국민은 허탈하고 심기가 불편하다고 들 한다. 더구나 여야 대결 중에 여당을 편드는 것도 아니고 여당 내 특정 계파를 열심히 지원사격하는 듯한 대통령의 모습은 납득이 안 된다는 얘기들이다.
중국의 순자(苟子)는 군도(君道)에서 “유난군(有亂君) 무난국(無亂國)”이라했다. 이 말을 빌리면 “어지러운 나라는 없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군주가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치의 중요성과 정치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말일 것이다. 중국은 지금 과거 전통유가사상인 인치(人治 : 제도보다는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 국가의 흥망이 결정되는 것)에서 철저한 토론을 통한 민주 정치를 실현하는 법치(法治)정치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중국내외의 정치가들은 시진핑 주석을 평하기를 “중국 역사의 축복”이며, “정치적 거인”이라고도 한다.
어찌되든 시간은 흐르고 후폭풍이나 반발도 있겠지만 이제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느 뜻있는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혐오가 판치고 정책과 공약이 사라진 선거의 피해자는 결국 유권자인 국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바로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구현하는 일이다. 진흙탕 속 공천을 마친 후보자들 중 누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선량”인가를 고르고 골라야만 한국정치와 국가의 미래가 있을 것임을 우리 유권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