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 논설실장(공학박사, 기술사)
북극권의 차거운 공기가 한반도를 기습하여 제법 겨울다운 한파로 동장군의 체면이라도 세운 듯하다. 전국이 한파경보나 주의보를 내렸고, 폭설로 인해 호남고속도로에서 22중 추돌 사고까지 발생하였다.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사고들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더욱 더 차거운 한파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겨울에 눈도 많이 오고 추웠던 옛적에는 “꿩몰이 사냥”이라는 것이 있었다. 지금도 지역에 따라서는 이런 겨울철 놀이가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겨울철 놀이는 널따란 평야지대에서만 가능하다.
꿩은 특성상 멀리 날지 못하고 높이 날지도 못한다. 그래서 건장한 청년들이 군데군데 지켜서 있다가 꿩을 발견하면 한사람이 꿩을 쫒아 날아가도록 몰이를 한다. 꿩은 몇 백 미터를 저공으로 날아 가다가 내려앉게 된다. 이때를 기다려 다른 사람이 릴레이 하듯 꿩을 몰이 하고, 연달아 몰게 되면 꿩은 더 이상 날지 못하고 기어가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지쳐서 눈밭에 몸통은 내버려둔 채 머리만 쳐 박고 있게 되면 그냥 꿩을 잡기만 하면 되는 것이 겨울철 “꿩몰이 사냥”이다.
새누리당이 국회 운영위원회를 단독으로 안건조차 정해지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열어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고의 부결시켰다 한다. 개정안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으로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경우”를 추가하기도 했다.
여당의 고의 부결은 “부결된 법안에 대해 7일 이내에 의원 30명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본회의에 직접 부의(附議)할 수 있다”는 국회법 87조를 활용, 여당 단독으로는 통과가 불가능한 운영위ㆍ법사위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슬쩍 우회하겠다는 속셈을 국민들은 “꼼수정치”라고들 하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은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선진화법은 비정상의 방법으로 반(反)의회주의적 절차에 따라 법을 통과 시키려는 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측의 극렬한 몸싸움과 폭력에서 탄생된 사생아 같아 보인다. 국제적인 망신과 불상사를 타개하고 보다 민주적으로 처리하고자 의회주의에 입각한 국회의원들의 위상과 국격을 높이고자 하여 여야가 합의하여 만든 법이란다. 폭력적이고 비 타협적인 동물국회가 아닌 말 그대로 선진화된 국회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18대 국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새누리당이 주도해 선진화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만들고 통과시킨 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편법을 동원하는 한심한 행태”라는 비판이 야권에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이 선진화법 개정 명분으로 내세우는 “식물국회”라는 말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17대 국회는 2,894건, 18대는 4,890건의 법안이 처리했지만, 19대 국회는 벌써 6,005건의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여권의 국회 선진화법 개정 시도를 “국회 역할을 축소하고 미생물국회를 만들려는 정부의 반(反)의회주의적 도발” 이라고 규정했다. 국회가 쟁점법안 처리에 지금처럼 교착의 책임을 무조건 야당에게만 떠넘기려는 형국이라면 “총선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회 선진화법 개정안 강행 처리와 관련해 “절차적 문제는 없다”. “다수결의 민주적 정당성을 복원하기 위한 것이며 국회정상화 조치”라는 주장들을 하고 있다. 마치 선진화법을 겨울철 “꿩몰이 사냥”이라도 하듯 릴레이식 주장들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화 국회 의장은 “잘못된 법을 고치면서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선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새누리당의 고의적 시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국회가 가장 비민주적인 방법만을 추구하는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황당과 분노를 넘어 측은지심을 느끼게도 한다.
선진화법의 근본 취지인 조정과 타협의 결과로서 역대 어느 국회보다 낫다는 평이다. 정치문화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의견들도 많다. 그러나, 과거로의 역행하는 것보다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도록 숙의와 토론을 거쳐 진전시키는 게 선진화로 가는 길일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논리 정연한 법조계 율사들이 매우 많다고 한다. 진정으로 국가의 장래와 현 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꼼수나 부적절한 변칙보다는 대화를 통한 합의를 꾸준히 추구하는 것이 정도임을 알고는 있겠지만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국회야말로 역사와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임을 명심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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