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 논설실장(공학박사, 기술사)
한국과 일본 정부가 드디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풀고 과거를 넘어 미래로 나갈 합의안을 발표했다. 또한 다시는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외교 당국자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3대 조건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광복 70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가 가기 전에 양국이 한일 관계개선의 첫 단초인 숙제를 풀었다는 것은 그나마 퍽 다행스런 일이다. 그동안 아베 정부가 위안부 문제 자체를 부인해 오던 일이 이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반성”한 것은 처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합의는 ①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아베 신조 총리는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밝히며, ②일본 정부 예산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사업을 벌이며, ③두 나라 정부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를 두고 서로 비판하는 것을 자제하며, ④한국 정부는 서울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의 이전 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 등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93년에 고노요헤이 관방장관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고노 담화」를 발표했다. 이어 1995년에「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이 발족되어 1997년에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에게 200만엔을 “배상금이 아니라 지원금 성격”으로 지급하였다. 일본 정부의 법적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도의적 책임”만을 명시한 채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 이름의 사죄 서한이 전달되기도 했다.
그러나 두 나라 외교장관이 서울에서 회담 후 발표한 합의안에 대하여해결의 본질과는 이견이 크게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고 한다. 핵심인 “국가 범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피해자들과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배신한 외교적 담합”이라고까지 비판하고 있다.
또한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이라고 선언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합의내용에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법적 책임”이나 “도의적 책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대신 “군(軍)의 관여”와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 한다” 는 수준에서 합의점을 도출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최종적으로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 한다”고 못 박은 것에 대해, 한국 정부 차원에서 앞으로는 또다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본의 정부 책임 인정과 아베 총리의 사죄·반성 표명 부분과 어긋나는 정치인들의 역사 퇴행적 망언(妄言)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등 “약속 불이행”이 있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고 해석될 수 있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일본 정부가 회담도 하기 전에 합의되지 않은 내용까지 언론에 흘리는 “꼼수” 협상전략의 의도가 있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일본 언론은 내년 “3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핵안보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따로 개최해 “최종 해결됐다는 담보(擔保)”로 “제3자인 미국 정부가 성명”을 내도록 하겠다는 보도까지 떠들썩하게 하고 있었다.
중국의 어느 외교 소식통은 한 동안 위안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중·한 양국이 대일(對日) 공동전선”을 펼쳐 왔었는데 이번 합의로 그게 어려워진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날 양측이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방하는 것을 자제한다"고 한 것에 대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부적절하게 일본 욕을 하고 다녔다“는 것으로 자인하는 꼴이라고 했다.
위안부 문제는 이번 합의로 “최종 해결”된 게 아니라 이제야 출발점에 섰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한-일 외교관계가 중요하더라도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얼버무리는 식으로 “연내 해결”하려고 밀어부쳐서는 아니 될 것이다.
양국간의 진정한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상생의 새 협상을 해야만 할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개선은 물론 한-중-일 관계와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협력 체제를 굳건히 해야 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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