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모 교수 (농학박사)
르완다대학교 농업대학
인생의 석양이라고 비유되는 노년기의 퇴직자들 중 극히 일부는 직업과 관련한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은 큰 은총이고 복이라고들 한다. 바로 얼마 전까지 나름대로 책임 있는 공무에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어느 순간 아웃사이더가 된 상태로 새로운 세계를 맞는 경우에 처하게 되면 그 실망감이나 상실감은 가히 충격적일 것이다. 나는 산림청 산하 산림과학원 육종부(구 임목육종 연구소)에서 30년간의 공직생활을 통하여 습득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경험을 가지고 어디엔가 내가 필요로 하는 곳에서 봉사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첫 활동은 퇴직 전 공로연수 기간에 한국 국제협력단(KOICA) 시니어 봉사단으로 중국 강서성과 호남성에서 두 차례 약 3년간 봉사활동을 하였다. 나아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아프리카를 처음 가게 된 내가 아프리카에 대하여 알고 있었던 지식은 너무나도 얄팍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르완다 키갈리에 도착하여 2달 간 정착훈련을 받으면서였다. 최빈국으로 분류된 나라이지만 수도 키갈리는 여느 도시 못지않은 훌륭한 도시면모를 갖춘 아름다운 도시였다. 훈련을 마치고 수도 키갈리 북쪽 약 100여 킬러미터 떨어진 국립농업대학(UR-CAVM) 부소고 캠퍼스에서 대학생 교육을 담당하게 되었다.
농업대학은 약 2,500명의 학생들이 8개 학과가 있고 학년별로 70~90명 정도가 공부하고 있다. 그러니 마치 70년대 한국의 초․중․고교의 콩나물시루 같은 학급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공부환경은 거의 교과서가 없이 교수들이 각자 준비한 교안을 가지고 학습을 하는 환경이었다. 교과서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교수들은 프로젝트를 이용하여 파워포인트로 판서를 하지 않고 교육을 하지만 프로젝트도 충분하지 못하여 일부 교수들만이 이용할 뿐 대부분 교수들은 칠판에 판서를 하며 지도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나의 주된 임무는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것으로 2개 모듈(Module)의 조림학(Silviculture)과 임목 육종학(Tree Improvement) 중 6개 콤포넌트(Component)를 지도하였다. 캠퍼스 내 관사에서 생활할 수 있어서 일과 외에 좀 더 많은 과외활동을 하였다. 조금이라도 더 내가 이곳에 온 보람과 발자국을 남기고자 10여 가지 이상의 교육을 시키면서 나의 아프리카 봉사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들이 그랬듯이 르완다도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다. 소규모의 수력발전소에서 공급되는 전기는 도시 및 도로변의 가옥들에게 공급되는데 전체 가구의 약 13퍼센트만이 전기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밖에 에너지는 주로 장작이나 숯을 이용하여 취사를 하며, 공장들의 에너지원도 주로 목재가 주원료였다. 그러므로 산에서 숯 굽기에 알맞은 나무를 베어 사용하기 때문에 산림황폐는 심각한 지경이었다. 더욱이 숯은 적당한 크기의 나무를 이용하기 때문에 한창 잘 자랄 수 있는 시기에 벌채함으로서 산림 내 임목 축적량이 증가할 수가 없는 구조를 안고 있어 더욱 안타까운 지경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도록 하기 위하여 연료림 조성법을 지도하여 일정한 장소에서만 연료림을 채취토록 하여 그 외 지역의 나무들은 크게 길러 산업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개량아궁이를 만들어서 연료 소비를 절반가량 줄일 수 있도록 매주 목요일에 학생들과 공무원은 물론 민간인들에게 정기적으로 집체교육도 하였다. 주민들에게 10여 기의 개량아궁이를 학생들과 함께 무료로 만들어 지원하였다. 특히 지방에서 온 학생들이 자기 고향에 돌아가서 개량아궁이를 만들어 보급하도록 하는 성과를 기대할 것으로 믿어진다.
이에 학교 당국으로부터 연구자금을 받아 토탄(Peat 탄)과 농산 폐기물을 섞어서 연탄(Briquette)을 만드는 방법을 지도하는 등 대체에너지 연구를 하였다. 목재의 대체연료 개발 가능성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마침 르완다 농업부에서 매년 주최하는 농업박람회(Agri-show)에 전시하여 전국적으로 홍보할 기회도 갖게 되었다. 더 나아가「한국에너지 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르완다 에너지에 관한「기술보고서」를 발간하여 르완다 정부에 제공하였다. 이러한 나의 연구결과가 농산폐기물은 물론 각종 가연성 물질인 목재톱밥, 커피껍질, 수수껍질, 카사바(Cassava) 폐기물, 옥수수 폐기물 등이 연료로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르완다는 아보카도 과일나무가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라서 세계 10대 생산국이지만 아보카도에 의한 농민들의 소득은 미미한 실정이다. 그것도 시중에서 아보카도를 사서 먹을 때 그 종류가 다양한데다 우량한 품종이 개발되지 않아서 과일의 품질이 좋지 않아 실망스러운 때가 많다. 어쩌다 맛있는 좋은 과일을 사먹어도 다시 시장에서 그 과일을 구입할 수 없는 실정으로 이는 클론(Clone)이나 가계(Family line) 개발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 당국으로부터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전국적으로 우수개체(Superior clone)를 선발하고 접목 증식하여 육종할 수 있도록 종자 수집방법과 파종하여 우수개체를 접목할 수 있도록 대목을 양성하는 방법 그리고 우수개체 선발방법 등 개량 공정 전 과정을 지도함으로서 아보카도 나무 개량 마스터플랜을 작성하여 활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보람 있다고 느낀 활동은 대학생들로 구성된 농촌 계몽 봉사단을 결성하여 야간학교를 개설하고 봉사단 학생들을 선생으로 하여 문맹자반과 영어 기초반 그리고 중급반을 운영하며 학교 주변 주민들을 학교로 불러들여 해마다 약 100여 명 씩 지도하며 그들의 학습욕을 북돋아주고 학교와 주민들의 관계개선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였다.
르완다 사람들은 소득 없는 일에 관심이 없어서 봉사단 학생들에게 월급 없는 봉사단으로 선생그룹을 결성하도록 이해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2년 째 봉사단원들이 일주일에 1시간 씩 약 20여명이 요일마다 순번을 정하여 교육활동은 잘 운영되어 왔다. 처음 발족당시 많은 사람들이 안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완전히 극복하고 잘 진행되어 나와 학생들 모두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학생들의 안 된다는 통념을 깨뜨린 가히 혁명적인 발전이라 평가할 수 있어서 앞으로 학생들이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가 전국적으로 점차 확산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봉사단 학생들을 주축으로 하여, 농경지 계단농법 지도를 학과 수업 중은 물론 동아리 활동으로 경사진 농경지에 계단 만드는 방법을 지도하였다. 그리고 버섯재배 하우스를 학생들과 협동으로 건립하고 “느타리버섯 재배법”을 정기적으로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지도하였다. 그리고 “버섯 재배법” 영문 책자를 르완다어로 번역하여 봉사단 학생들과 학교 당국에 제출하여 이 기술이 전국적으로 농촌 소득 증대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곳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글 학급반을 편성하여 주 2일(화․ 목요일) 한글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한국 노래를 가르치고 영화도 상영하는 등 한국을 이해시키는데 노력 했다. 그 덕분에 캠퍼스에서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를 듣는 것을 새로운 일이 아닌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 다시 르완다는 영어가 공용어이면서도 학생들의 영어 능력이 약한 것을 만회할 수 있도록 야간학교 선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자율학습반을 운영하며 TOEFL반과 VOA반 및 TED반을 운영하였다. 이런 면학분위기 조성에 힘을 기우린 결과 TOEFL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학생들 중 한 명이 TOEFL 성적 573점을 득점했다며 성적증명서를 보여주며 내게 감사한다고 하는 순간이 내가 노력하는 보람을 만족시켜 주는 듯 했고 선생으로서 커다란 보람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나라가 매년 천여 명의 봉사단원을 40여 개 국가로 파견하는데 코이카나 봉사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봉사의 효과성이 아닐 수 없다. 각 나라 주재 코이카 사무실에서 단원들 개개인들에게 맞춤형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도움을 주려하는 국가나 엔지오(NGO) 단체들이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봉사단원들의 경험이나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봉사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발된 봉사단원의 특성이나 자질을 상대국에 공개하여 2~3개월 훈련동안 협의를 하여 도움을 필요로 하는 기관이나 단체와 연결하여 수요기관에 파견하여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10년 간 봉사활동 경험을 통한 제안임을 간과하지 말고 쉽게 공여국과 수혜국 간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시기라고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바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