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 논설실장(공학박사, 기술사)
온 국민을 비탄과 슬픔에 잠기게 만든 세월호 참사는 수습에서부터 실종자 수색, 원인규명 등 모든 것이 아직도 명쾌하게 밝혀진 것이 별로 없다고들 한다. 안타까운 현재진행형의 미완의 상태에서 유가족들의 탄성만 남김 채 세월호 참사 2주년이 소리 없이 넘어 갔다.
수사·감사 과정에서 밝혀진 세월호 참사 사고 요인을 보면 각종 비리의 종합세트라고 할 마피아적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부실이 빚어낸 총체적 “인재(人災)”라고들 한다. 최근 허술해진 사회안전망에 구멍이 뚫려 갖가지 크고 작은 사고로 “사고왕국”이라는 세계적 웃음거리가 될 지경에 와 있다.
한국은 4만4천여 기술사들이 과학기술에 관한 전문지식과 응용능력을 필요로 하는 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집단으로서 산업기술을 선도하며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한 점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이들은 기술보국이라는 사회적 임무와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산업현장의 최일선에서 열정 하나로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산업의 기수들이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지난 3월17일 전력기술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다분히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총선전에 은근슬쩍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는 정황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기술사회(김재권 회장)는 “전력기술관리법의 인정기술사 재도입 반대”을 위하여 전자서명운동을 펼친 결과 6,069명의 각 분야 기술사들이 참여하였다. 지난 3월 17일부터 기술사회는 산업부, 미래부, 고용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에 “전력기술관리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4월 27일과 5월 10일에 국무조정실 및 산업부(2회)에 항의 방문 한 바도 있다.
이어 고용노동부(직업능력평가과)에 협조요청 공문 시행과 미래부 대면 보고 및 협조요청 공문 접수, 산업부에 전자서명부 첨부한 반대의견 우편제출, 4월29일 국민안전처에 “국민 안전 법,제도개선 전문가 제안”에 전력기술관리법 시행령 등 특급기술자제도 운영 문제점 개선 제안하기도 했다.
산업통산자원부공고 제2016-111호, 전력기술관리법 시행령 입법예고와 관련하여 별표1 전력기술인의 구분, 별표2 감리원의 자격, 별표 4 설계업의 종류의 4,5의 시행령 입법예고 개정령(안)에 대해 한국기술사회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개정안을 절대 반대하고 있다.
첫째 공공의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전력기술관리법의 취지와 크게 어긋난다. 금번 전력기술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특급 기술자의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결코 “공공의 안전 확보”를 도모한다고 볼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업체나 하위 기술자격자의 민원성 로비에 밀려 공공의 안전 확보를 포기하는 처사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아무런 검정 절차 없이 국가기술 최고 등급자격인 기술사와 동등하게 특급 감리원으로 인정하려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매우 크다. 기사나 산업기사 기술자격보유자에게 특급기술자격을 허용하게 되면 역삼각형 기술인력 구조의 심화와 감리업체 난립에 따라 감리 능력 저하로 인한 부실 감리가 불 보듯 뻔하다. 하위기술자격자의 경력에 대한 평가기준 없는 상태에서 특급기술자로 인정하는 것은 감리업무에 있어 공공의 안전을 크게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2005년 폐지되었던 인정기술사제도의 재도입으로 정부정책 신뢰성 상실이다. 기술사 자격의 실효성 저하 및 수급 혼란 초래로 폐지되었던 인정기술사제도 부활은 정부정책의 신뢰성 상실 및 재도입을 추진하는 저의가 납득하기 어려운 의혹만을 갖게 된다. 20여년 전에도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여,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2006년에 폐지되었던 제도이다.
넷째는 국가기술자격 등급체계의 불인정으로 최고 등급의 기술사 배출에 심각한 부작용 초래와 이공계 우수 인재의 양성을 불가능케 하는 처사이다. 최고 전문자격자인 기술사에 대한 권위와 자긍심 상실로 젊은 이공계 인력의 진로 및 비전 붕괴로 이어지는 우매한 처사이다.
끝으로 이해관계자인 기술사회 등의 의견수렴을 배제한 일방적 입법추진이다. 글로벌 스텐더드 조차도 감안하지 않은 전력기술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이런 와중에 그러나 국가기술자격법을 관장하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자격제도의 등급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제도가 도입되어 운영되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부처간 공조가 이렇듯 잘 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나 몰라라”인 성공사례처럼 보인다.
산자부가 인정기술사제도를 다시 부활하려는 것은 그 내막을 알 수 없는 막강한 관피아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박대통령의 기술사대회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라는 격려의 말씀조차도 무시한 채 감히 반기를 들이 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지식기반사회로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과학기술의 확보와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보유한 고급기술자의 육성이 국가 전략적으로도 매우 필요하다.
중국은 세계 100위권의 유명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대가급에 속하는 학자와 중견 연구인재 1,000명을 데려와 중국대학 상위 100개 학과에 배치하겠다는 111계획아래 주택과 자동차 등 생활편의 시설과 소득세 감면 혜택, 파격적인 수준의 보수를 약속하고 있다.
미국은 전문기술직을 유입하기 위해 6년 기한의 임시 고용비자(H-1B)의 연간 발행 상한선을 증가시켰다. 독일의 경우 정보통신 분야의 약 7만 5,000명 인력부족 해소를 위해 2000년 7월부터 2만 명의 외국 인력에 대해 그린카드(노동허가증)를 발급해 주었다.
싱가포르는 전문직, 행정직, 경영 관리직종에 취업을 원하는 자 또는 사업가나 투자가 또는 숙련노동자나 기술자를 월 기본급여 2,000달러 이상인 경우 고용허가증을 최초 2년까지 발급하고 추후 3년까지 갱신 가능하도록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3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한국은 2012년보다 6단계 내려간 25위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소득 4만 달러대로 도약하느냐 1만 달러대로 추락하느냐의 분수령에 놓여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책임감 있는 국정방침이라고 본다.
그러나 산자부는 정상의 비정상화를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인정기술사(학․경력기술자)제도로 인하여 비전문 기술자격자가 양산되고 있는 등 국가 전문 기술자격제도의 실효성을 깡그리 무너트리려 획책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안전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전문직을 양산하는 제도이다. 올바른 정신을 가진 정부가 이래서는 안 된다. 정부는 사고공화국, 부패공화국, 관피아 공화국이라는 연결고리 척결에 모범을 보여야 할 때이다.
부실과 사고, 부패의 온상인 학·경력 인정기술자제도를 개정함은 총선에서 보여준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처사이다. 이런 시대착오적이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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