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저자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돌의 역사 인식 논란 때문에 떠들썩하다.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역사를 정리하여 전통적인 역사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세상의 모든 탐욕과 그로 인한 악취가 온세상에 진동한다. 그 이유를 헤아린다면 수천 가지도 넘겠지만 근본 원인은 ‘실종된 역사 인식’ 탓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역사 인식은 갈 길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지난 3일 우리네 안방을 찾은 설현과 지민은 케이블 채널인 온스타일의 '채널 AOA’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맞추는 문제를 풀었다. 당시 두 사람은 안중근 의사를 알아보지 못했고 '긴또깡?'(김두한 일본식 이름) 등을 거론하며 시종일관 장난스런 반응을 보여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안중근 의사를 몰라봤다고 해서 맹비난을 당했다.
지민은 처음에 안창호 선생님이라고 했다가, 제작진이 이토 히로부미라고 힌트를 주자 ‘긴또깡’이라고 했고, 재차 이토 히로부미라는 힌트를 주자 ‘이또 호로모미?’라고 했다. 또한 설현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검색하다가 안중근 의사라는 답을 겨우 찾아냈다.
우리의 역사가 자랑스러운 역사이든, 부끄러운 역사이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 식민지 지배 하에서 해방된 지 70년이 지난 즈음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잊히지 않은 채, 질곡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어떻게 아이돌은 안중근 의사도 몰라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쏟아졌고, 설현과 지민은 무지를 사과했다. 그런데 안중근 의사를 정말 긴또깡으로 알았던 걸까? 또한 요즘 젊은이들은 2월 14일을 발렌타인데이로 기억한다. 그날이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실제 안중근 의사는 근대 민족의식, 민권사상, 국권사상을 가지고 있던 투철한 사상가였다.그는 조국이 식민지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애국계몽운동을 한 교육자이자 실천적 애국독립투사였다.
지금은 무엇보다 복잡다단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잃어버린 시대 역사의 빛을 찾아야 할 때다. 안중근 의사가 바라본 우리 민족의 모습은 과연 어떠했을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 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루도록” 독려한 그의 바람은, 지금 우리 시대의 커다란 목표이자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서라도 그 뜻을 세워야 했던 안중근의 정신이 간절한 지금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일을 참사로 반감을 키운 것도 바로 그 작위적 예능욕심 때문이었다. 솔직히 사진을 몰라볼 수도 있고, 창졸간에 헷갈릴 수도 있다. 그런데도 긴또깡, 이또 호로모미 등 무리수를 남발하다 네티즌으로부터 더 큰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 것보다, 긴또깡이라며 희희덕댄 게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놓고 희롱한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황당한 건 제작진의 태도다. 그들은 사전에 그런 방송내용을 뻔히 알면서도 그냥 방송을 내보냈다고 한다. 걸그룹보다 제작진의 태도가 더 문제인 것이다. 퀴즈에서 어처구니없는 오답을 마구 던지면서 무식을 드러내는 것이 무조건 웃긴다는 도그마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설현과 지민은 "연예인으로서 장난스러운 자세로 많은 분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어떠한 변명도 저의 잘못을 덮을 수는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무지야말로 가장 큰 잘못임을 배웠다", 또 "역사에 대한 저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어 해당 방송을 전파한 온스타일 측 또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는 제작진의 명백한 실수이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아티스트에게도 큰 상처가 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앞으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 제작에 임할 것을 약속드린다. 거듭 사과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위와 같이 AOA 설현과 지민이 역사 지식 논란에 공식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네티즌들은 여전히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글/이창호(李昌虎)
이창호스피치리더십연구소 대표, 한국청소년인성진흥협의회 사무총장, 안중근 평전 저자.
|
